[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 개발에 성공하려면

입력 2021-03-14 18:33   수정 2021-05-10 18:33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2022년에 발표해 2025년부터 적용할 예정이고, 2028학년도 대입에 영향을 미친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적 흐름은 예전 같은 ‘별 차이 없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안의 몇 가지 대원칙을 정하고 각론에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첫째, 평가 패러다임 원칙부터 먼저 정하길 바란다. 국가교육과정 목표만 보면 기존 교육과정도 4차 산업혁명, AI 시대에 다 대응할 수 있는 것처럼 훌륭하게 기술돼 있다. 그런데 국가 주도 시험인 수능에서, 국가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내신에서 그 목표들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래서는 국가교육과정이 목표하는 시대적 역량이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국가교육과정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죽어라 한 공부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력질주한 것은 아닌지 점검이 안 된다.

교육공학 석·박사 과정에 들어가면 처음에 ‘딕&캐리 교수설계모형’을 배운다. 수업설계의 고전이다. 일반적으로 수업설계는 교육 목표가 정해지면 교육 내용을 개발한 뒤 평가도구를 만드는데, 딕&캐리 모형은 교육 목표 진술 후 평가도구를 먼저 개발하고 그다음에 교육 내용을 개발한다. 교육 목표가 확정되면 내용 개발 전에 시험 문제부터 개발한다는 게 이 모형이 고전으로 여겨지는 핵심이다. 교육 목표를 명확히 잡고 나서 내용 설계 전에 평가문항부터 만들면 놀랍게도 이후 수업 내용 개발이 매우 간결하고 명료해짐을 경험하게 된다. 교수설계모형은 교육과정 설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국가교육과정 개발에서도 시대정신에 맞는 교육 목적을 정했으면 먼저 기존의 객관식 선다형 시험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 보라. 달성할 수 없다면 어떤 평가여야 하는지 원칙을 정하고, 바뀐 평가 패러다임에 따라 교육과정 각론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은 교육부가 논술형 수능을 적용하겠다고 한 첫해다. 당연히 논술형 수능의 큰 방향은 설정해 두고(각론은 차후 정하더라도)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객관식 수능에 논술 문항 몇 개 추가하는 수준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정해진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내 생각’을 꺼내고 개발할 수 있는 평가여야 한다. 비판과 창의는 범교과적 역량이 아니라 영역 특정적 역량이기 때문에, 논술형 평가도 교과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과목별 논술이어야 한다. 또 새로운 대입은 반드시 학교 교육과 일체화돼야 한다. 학교 내신과 함께 변화하지 않으면 사교육만 폭발할 뿐이다.

‘한국전쟁이 한반도에 미친 경제적 정치적 영향에 대해 논하시오’, ‘산업화가 삶의 수준에 미친 영향에 대해 두 나라의 예를 들어 논하시오’. 국제공인 대입시험인 IB(국제바칼로레아)의 역사 기출문제다. 여러 개 중 하나를 골라 180분간 쓰는 문제다. 수능과 내신이 이런 문제면 교수법, 학습법, 교과서, 교육과정 내용 모든 것이 달라진다. 평가 방향을 먼저 정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전 과목 역량 기반 논·서술 대입으로 가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면, 최소 10년 이상의 단계별 로드맵이 필요하다. 공정한 채점 시스템 구축, 교과서 자유발행제, 교사별 평가권 회복, 교육과정의 대강화(슬림화), 교사의 준비도 확보 등 필수 요소들이 점차 확대되는 단계별 로드맵을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하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전 과목 논술 대입 채점을 이미 공정하게 실시해온 선진국 사례를 분석해 공정한 채점 질 관리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하고 단계별 로드맵은 미리 공지해 예측 가능하게 해야 한다.

1, 2, 3차 산업혁명 모두 먼저 대응한 나라들이 결국 시대를 선점했다. 4차 산업혁명 역시 먼저 대비하는 나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그 대비의 핵심은 교육 혁명이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주저하다가 시대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개혁의 때를 놓친 구한말의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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